호놀룰루 미술관 산책(11) 풍류(風流)의 기록, 계회도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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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01월2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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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로 보내기페이스북으로 보내기미투데이로 보내기 호놀룰루 미술관 산책(11) 풍류(風流)의 기록, 계회도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좋은 시간을 나누는 것은 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옛부터 선조들은 여럿이 모여 풍류를 즐기고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을 조직하고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졌는데, 그 중 대표적인 예가 계회(契會)이다. 
동갑 친구들이나 관아의 동료들로 이루어진 계회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어 조선시대 문인사회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계회는 주로 봄이나 가을의 어느 화창한 날, 산이나 강가 등 풍광 좋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예술에 대한 조예를 키우며 여유를 누리던 선조들은 좋은 경관 속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문학, 예술, 음악 그리고 술을 즐겼다. 그리고 따뜻한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화공을 시켜 계회장면을 그리게 한 후, 같은 그림을 하나씩 나누어 갖는 전통을 만들었다. 
요즘으로 비유하자면 즐거운 모임 후에 기념촬영을 하고 사진을 나눠가지는 식이다. 이렇게 그려진 그림을 계회도(契會圖)라 한다. 
계회도는 모임을 기념하고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진 기록화의 일종이다. 사실의 기록에 충실하기 위해 통상 계회의 장면뿐만 아니라 명칭을 적은 표제(標題)와 참가자들의 정보를 적은 좌목(座目)을 함께 적어 넣었다. 
보통 화폭의 상단에 계회의 명칭을 적고, 중단의 넓은 화면에 산수를 배경으로 한 계회 장면을 묘사하며, 하단에 참가자들의 이름, 자, 호, 본관 그리고 계회 당시의 품계와 관직 등을 포함한 좌목을 배치했다. 이렇게 세로로 긴 형태의 계축(契軸)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독특한 양식으로, 특히 조선 전기 계회도의 특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놀룰루미술관에는 전형적인 조선 전기 계회도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계회도가 한 점 소장되어 있다. 높게 솟은 산봉우리와 커다란 강을 배경으로 사방이 뚫린 누각이 하나 자리잡고, 그 속에 의관을 정제한 인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그림이다. 
강에는 돛단배와 거룻배 몇 척이 떠있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얼핏 보면 일반 산수화 같지만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우측 상단에 이 그림이 계회도임을 알려주는 제시(題詩)가 더해졌다. 
傾蓋驩然屬一時 때때로의 우연한 만남도 즐거워하였으니
論懷何傷舊相知 회포를 논하여도 오랜 친구사이에 무슨 허물 있으랴
臨衙數會交專禮 관아에 있을 때는 자주 만나 예로 사귀었고 
莅職同窓奉若私 외직에 나가서는 함께 글을 읽고 가까이 지냈다
偶得餘閑拚勝賞 여가를 얻어 한가로우면 좋은 경치 즐겼고
共將淸興結佳期 함께 시원한 흥치를 누리면서 좋은 만남을 이루었다
席邊黃菊風霜近 자리 주위의 국화에 서리가 찾아와도 
晩節深情誕不移 늦은 계절의 깊은 정취가 참으로 바뀌지 않는다네      
 
萬曆丙戌中秋冥觀居士 尹安性   
만력 병술년(1586년, 선조19년) 8월에 명관거사 윤안성
 
본래 계회도에 있어야 할 제목과 좌목이 없어서 정확한 계회의 정보를 알 수는 없지만 윤안성(尹安性, 1542-1615)의 시는 그림이 그려진 시기와 목적을 정확히 알려준다. 1586년 음력 8월, 국화가 한창 피어나는 가을에 같은 관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관리들이 훗날 다시 만나 모임을 가지고 이를 기념하는 계회도를 제작했던 것이다. 당시 윤안성은 직접 모임에 참석했을 수도 있지만, 해당 관청의 선임자가 시를 지어주는 관행을 고려해 보면, 관청 후임자들의 부탁으로 시를 적어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작품은 제목과 좌목이 떨어져 나간 채 일본식 장황(裝潢, 꾸밈)으로 마무리되어 미술관에 수집되었다. 여러가지 정황 상, 임진왜란을 전후로 일본으로 반출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국에서 계회도는 주로 문중에서 문서로 간주하여 보관되었던 반면, 일본에서는 미술품인 회화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중기 문신 윤안성의 이름을 발견하고, 조선 전기 계회도 작품임을 확인한 미술관에서는 2015년 한국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전체를 해체하고 한국식으로 다시 장황하였다. 미술관으로 다시 돌아온 계회도는 여전히 계회에 참석했던 이들의 정보는 찾을 수 없지만 좋은 이들과의 좋은 시간을 담은 분위기만은 고스란히 남아 유쾌했던 당시의 추억을 전하고 있다.
 
<이미지 정보>
Scholarly Gathering
Korea, Joseon dynasty(1392-1910), c. 1586
Hanging scroll; ink on silk
Purchase, Richard Lane Collection, 2003 (2015-36-01)

계회도 
조선시대 1586년경
비단에 먹
2003년 구입, 리차드 레인 컬렉션 (2015-36-01)
 
* 이 <계회도>는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미술관 한국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오 가 영
호놀룰루미술관 아시아부 한국미술 담당
한국국제교류재단 파견 객원 큐레이터
 
<고송문화재단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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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koreatimeshawaii@gmail.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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